24시간 소변새고 지린내나 남편・가족도 외면
고대의료원-유경재단 후원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 수술
2억 만리 마다가스카르 한 오지에서 일주일에 걸쳐 한국을 찾아온 한 여인이 7일 인천공항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이 여인에게서 나는 냄새에 코부터 움켜쥐어야 했다. (사진 플로레트씨와 이정구 교수)
이 여인에게서 나는 지린내 때문이다.
비단 외국인의 체취라고만 하기엔 너무 심했다.
26세 꽃다운 나이에 멀고먼 한국에 찾아온 플로레트 마나드레이(Florette, Manadray)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다가스카르는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는 무인도로 묘사되는 바로 그 곳이다.
이 나라는 2000만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는 엄연한 국가다.
한국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까지는 비행기로 이틀이나 걸리는 먼거리에 있다.
플로레트의 고향은 안타나나리보에서 한시간 반을 더 비행기를 타고 들어간 뒤 3~4일 걸어서 가야하는 암파시남부라는 오지다.
그곳은 길이 없어서 교통수단이 걷는 방법밖에 없다.
플로레트 3년 전 출산을 하다가 아이를 사산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고통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태아의 머리가 산도에 걸려 분만이 오래시간 지연되는 동안 요도가 짓이겨지고 방광과 자궁벽에 구멍이 생겼다.
이 때문에 요도의 2/3가 손상돼 24시간 소변이 흘러나와 항상 기저귀를 차야했고, 건강과 위생상의 문제가 그녀를 따라 다녔다.
그녀가 가장 힘든 것은 지린내 때문에 남편과 가족은 물론 아무도 플로레트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아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플로레트는 오줌싸개 외톨이 여인이 된 것이다.
플로레트의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건 고대 의과대학 이재훈 교우(51회)다.
외과 전문의이면서 마다가스카르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는 이재훈 교우는 플로레트의 소식을 듣고 수술과 치료가 매우 시급하다고 판단해 현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했다.
하지만 플로레트의 워낙 건강상태가 안 좋은데다 의료시설이 부족했던 터라 결국 이재훈 교우는 결국 모교 고대병원에 지원을 요청하게 됐다.
이 안타까운 소식은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에게 전해졌다.
이때부터 협의에 들어가 체류비와 항공료 등은 이재훈 교우가 후원하기로 하고, 막대한 금액의 진료비와 간병인은 고대병원과 유경재단이 함께 지원하는 선에서 수술을 결정했다.
문제는 문맹인데다 마다가스카르어 이외에 영어, 불어 등을 한마디 못하는 플로레트와 의사소통이었다.
때마침 마다가스카르 마취과 의사 페르난드(Fernand)가 고대 안암병원에서 연수 중이어서 통역을 자청했다.
난관은 또 생겼다.
처음 이정구 교수가 계획했던 수술법을 의사 페르난드가 난색을 표한 것이다.
이 교수는 방광과 자궁의 천공(구멍)을 막은 후 배 옆구리로 인공요도를 연결해 소변을 빼는 수술을 실시하자고 권유했다.
플로레트의 요도나 방광입구가 악화돼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인공요도를 통해 관(카테터)을 체내에 넣어 하루에 네 번에 걸쳐 소변을 밖으로 빼줘야 하는데, 플로레트의 위생상태나 의료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결국 이 교수는 고민 끝에 정공법을 선택했고, 뭉개진 요도를 찾아 그 일부를 겨우겨우 살려내고 방광과 자궁의 구멍을 막은 후 인공 관을 통해 요도와 방광을 연결하는 7시간에 걸친 대수술에 들어갔다.
그리고 소변을 요도를 통해 밖으로 배출하게 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현재 의료진은 수술 후 플로레트의 경과를 지켜보는 상태다.
방광과 요도의 조직이 너무 약하고 좋지 않은 데다 혈액순환이 정상인보다 떨어져 조직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고 인공관이 요도와 방광에 완벽하게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술 덕분에 지린내는 완전히 사라졌고, 일부 새는 소변도 조직이 살아나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등 희망적이다.
지금은 오줌싸개 외톨이였던 플로레트는 수술 후 비뇨기과 병동의 최대 유명인사가 됐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항상 웃는 얼굴과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주변 환자들은 너도나도 플로레트에게 먹을 것을 선물하며 용기를 주고 있다.
비뇨기과 이 교수도 한국음식이 입맛에 안 맞을 것을 걱정해, 섬에서 온 플로레트가 좋아하는 생선요리를 직접 공수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플로레트는 마다가스카르로 돌아가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가족과 사람들 앞에 보여줄 생각에 기대에 부풀어 있다.
플로레트는 더 건강한 모습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병원음식도 잘 먹고, 걷기운동에도 부쩍 열심이다.
아이를 낳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고심 중이다.
그래서 플로레트는 더욱 더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국, 그리고 이정구 교수님, 나를 더 이상 오줌사개 외톨이가 아닌 예전의 아름다웠던 꽃다운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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