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조금은 어색한 발음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공항의 낯선 분위기와 장시간 비행으로 인해 경직되어 있던 얼굴도 조금씩 밝아진다.
처음 말문을 연 사람은, 인하대병원과 대한항공 그리고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총재 한광수)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2010 지구촌 한 가족 캠페인” 무료수술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고려인 김 베라 님(Kim Vera)(여, 82)이다.
김 베라 님 뿐만 아니라 심장병 수술이 필요한 어린 소녀 호루시다 (Hurshida)
(여, 18) 님과 고관절 이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던 딜바르 (Dilbar)
(여, 43)님도 함께 도착했으며 조심스럽게 손을 흔들며 마음을 연다.
이들은 건강문제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조차 하지 못하는 우즈벡 현지의 의료소외계층으로서 인하대병원이 갖춘 최신 의료장비와 기술을 활용한 수술을 통하여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선물 받고자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박승림 의료원장은 “올해 9월 인하대병원은 우즈벡 나보이 지역에서 진행된 최초의 해외의료봉사를 실시했으며, 당시 진료 받은 환자 중 3명의 대상자를 선정하여 인하대병원으로 직접 초대하여 무료수술사업을 전개하고자 한다.”라며 “이는 해외의료봉사의 일회성이고 단편적인 진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자 하는 인하대병원의 의지가 담긴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나보이 공항은 현재 대한항공이 위탁경영 중이며, 2018년까지 중앙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육성될 계획이다.
또한 박승림 의료원장은 “본 사업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준 대한항공과 법무부(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이춘복 소장) 그리고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재)지구마을복지협회 등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라며 “특히 본 사업은 인하대병원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모금활동을 통해 이루어진 성금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업의 대상자는 단순히 의료적 환경만을 고려한 것이 아닌 경제적, 제도적, 사회적 사항들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선정했으며, 특히 나보이와 타슈켄트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1회 수술을 바탕으로 완치되어 새 생명과 새 삶을 전해줄 수 있는 환자 위주로 선정했다.
따라서 이번 사업은 단순한 의료적 혜택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 행복을 선물하고, 역사 속에서 소외 받았던 고려인에 관심을 기울여 우리민족의 뿌리를 어루만지는 인류애 실현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타슈켄트 고려인 요양원에서 온 김 베라(Kim Vera)(여,82) 님은 오른쪽 눈은 이미 실명 상태이며 나머지 왼쪽 눈마저 백내장으로 인해 실명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러시아 하바롭스크 지역에서 태어난 그녀는 우즈벡 현지의 의료수술로는 치료가 힘들어 자칫 세상의 빛을 볼 수 없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본 사업을 통해 사랑하는 가족과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더 볼 수 있게 되었다.
김 베라 님은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하대병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왔다.”라며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꼭 한번 오고 싶었고, 수술이 잘 되어 이야기로만 듣던 조국의 발전한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비인후과 인공와우이식센터 김규성 센터장은 김 베라 할머니가 난청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보청기를 제공하여 한층 더 기쁨이 배가 되어 20일 귀국하였다.
우즈벡 아리랑 고려인 요양원은 과거 스탈린 시절, 민족차별정책으로 강제로 이주 당한 우리 민족인 ‘고려인’들을 보살피고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 운영하는 요양 시설이다.
보호자도 없이 당당히 타국에 온 18세의 어린 소녀 호루시다 (Hurshida)(여,18)님은 심장병 수술을 위해 한국에 왔다.
그녀는 심장이 좋지 않아 마음이 쓰이거나 힘든일을 할 때 두통이 심해지고 숨이 많이 찼다며 수술을 받지 않으면 향후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였다고 한다. 다행히 이를 알아본 인하대병원 의료진은 호루시다 님을 초청하여 수술을 실시했다.
간호사인 친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간호사의 꿈을 키워온 호루시다 님은 “수술이 잘 되서 건강문제로 중단했던 간호사 공부를 계속해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고, 농구부 선수활동도 시작하고 싶다.”라며 “인하대병원이 준 은혜에 꼭 보답하고 싶고, 힘차게 뛰는 심장의 박동과 소리를 느끼고 싶다.”라고 말했다.
딜바르 (Dilbar)(여, 43) 님은 6~7년전 출산 이후 고관절 이상으로 인한 왼쪽 다리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해 집안일은 물론 기본적인 생활조차 쉽지 않았다.
“무료수술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의 모든 행운이 나에게 찾아온 기분이었다.”라며 “한국에 오기도 전에 인하대병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하루가 갈수록 커졌다.”라고 말했다.
전업주부인 그녀는 항상 누워만 있고, 친정 엄마와 자녀들의 도움으로 생활해 왔으며 집안일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항상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수술이 끝나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올바른 걸음걸이로 아름답게 걸으며 여행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하나같이 대한민국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고 특히 인하대병원 의료진과 교직원들의 친절함과 미소에 감동했다며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정(情)이 느껴지고 그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승림 의료원장은 본 사업을 통해 2년 전부터 시작한 ‘지구촌 한 가족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으며 최근 강조되고 있는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과 ‘인류의 건강과 행복한 삶에 기여한다.’라는 본원의 설립미션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향후 지속적으로 전 세계 의료사각지대를 찾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인하대병원의 의료적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고 대한민국의 의료 브랜드 가치 제고에 이바지 하고자 한다.”라며 “특히 대한항공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등 유관 기관과 지속적인 협력을 유지하여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의료혜택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기를 희망한다.” 라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7:53:17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