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원장 “별도의 통합관리지원단 마련돼야”
보건복지부(장관 전재희)와 국립암센터(원장 이진수)가 지난 5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제2회 B&D(Bridging & Development)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 신약개발 사례 ▲항암제 개발의 기술적 접근 ▲보건복지부 신약개발 정책 ▲가교적 글로벌 항암신약개발 사업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향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항암제 개발을 위해 정부가 중점 투자해야 할 과제와 산업계와 학계가 해야 할 내용들에 대해 제시했다.
이에 본지는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국내 글로벌항암신약개발의 현재와 미래를 되짚어본다.
◆‘신약개발=신약주권’ 국가적 관심 필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신약개발은 국가 신약주권차원의 문제며, 신약개발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약가 협상시 불리한 현 상황을 타개해 가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글로벌 항암신약 부재로 환자치료에 필수적인 약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는 것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B&D사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유영학 차관은 “지난 1999년 최초로 항암제 개발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18건의 신약을 개발했고, 이중에는 미국정부의 승인을 받은 신약도 있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굴한 신약후보물질들은 후보물질에 그칠 뿐 글로벌 신약은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차원에서 신약개발의 병목단계라 할 수 있는 전임상, 초기임상시험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을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신약개발의 특성상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장기적으로 투자돼야하는 반면 성공확률은 매우 낮아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고정식 특허청장도 “제조업중심에서 지재권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고 이를 확대발전하는 방안은 마련해나가야 한다”며 “최강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보건사회연구원 유근춘 사회보험연구위원은 “지난 2008년 환자·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글리벡100mg의 가격이 비싸다며 인하요구를 했지만 해당 제약사에서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결국 결렬됐다”며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과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우수한 항암제가 원활하게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우수한 항암제가 다국적 제약사에 의해 공급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우수한 국산 항암제 개발을 통해 ‘항암제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학-정, 공동 협력 중요
LG생명과학 김인철 사장은 ‘글로벌 신약개발의 전략과 실제:Factive 개발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에서 “글로벌 신약 개발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의 협조체제가 절실하다”며 각 부문간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즉 ▲정부는 제약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인식해 투자증대, R&D 세액공제 확대, 전략적 정책을 수립 ▲기업은 해외 라이센싱이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확충하고, 국내외 제휴확대, 신약개발 노하우 공유 ▲대학과 출연 연구기관은 새로운 아이디어 도출, 기반기술과 특허 및 초기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LG생명과학이 독자 개발한 항생제 ‘팩티브’ 개발경험을 토대로 신약개발시 단계별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언도 했다.
우선 신약 개발시 사업성 검토가 중요하다는 것. 김 사장은 “필요한 인적자원과 투하돼야 할 비용, 사업성 등에 대한 고민과 분석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또 신약개발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 리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즉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도출단계부터 비임상, 전임상, 임상1·2·3상 시험 등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단계별로 각각의 리더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프로젝트 리더는 연구·개발·계획수립 및 추진 등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열정과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커뮤니케이션 및 코디네이션 스킬이 있는 사람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와 암센터가 글로벌 항암제 개발에 1조원의 예산 투입 추진을 환영한다”며 “신약개발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네트워크가 마련된 가운데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신약제품화개발 450억 지원
보건복지부가 2010년 신약제품화과제에만 약 450억 규모의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 김강립 국장은 이같이 제시하며, 신약개발 R&D예산 확대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2007년 신약개발 R&D예산은 제품화에만 227억원 규모에서 매년 20% 수준의 예산이 확대돼 2009년 353억원 규모로 발전했다는 것.
신약기반지원을 합산할 경우 2009년 573억원 규모로 2010년 제품화과제 지원에만 약 450억원 규모의 지원이 계획돼 있다.
이와 함께 국제적 신약관련연구동향을 반영한 ▲질환의 예후, 약물의 환자적 합성판별을 위한 체외진단용의약품 지원 ▲신약개발 산-학-연 기술협력 확대를 위한 신약개발기반구축센터 지원 ▲의료인-제약사간 공동개발 촉진을 위한 유효성평가기반구축센터 지원 등의 신규프로그램도 신설했다.
또 정보의 조세지원 확대를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진흥원 및 업계 공조로 제약산업 관련 신성장동력산업(항체, 유전자, 줄기세포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및 원천기술분야(화합물의약품 후보물질 발굴기술)에 대한 조세특례를 확대했다.
김 국장은 정부는 제약산업에 대해 ▲녹색기술에 앞선 미래신성장 동력 ▲국내 BT 관련 우수 R&D 성과의 산업화 통로 ▲고령화 및 인구구조변화에 따른 고성장 유망산업 ▲자본 및 기술격차 극복을 위해 정부지원이 필수적인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 1조 492억원 지원 예정
정부가 향후 10년간 1조 492억의 국고를 지원해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을 본격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을 위해 기획재정부에서 지난 3월초 B&D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으로 확정했다”며 “이를 통해 내년부터 2020년까지 1조492억원의 국고를 지원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제약사의 항암신약 개발 위험부담을 줄이고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기회와 고부가가치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고 소개했다.
이 원장은 “국민 사망원인 1위인 암은 연간 14조1,00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고, 전 세계 항암제 시장은 연평균 13.3% 성장할 만큼 산업적 가치가 크지만 항암제를 포함한 국내 제약 핵심영역은 다국적 제약사에게 잠식돼 있는 상태다”며 글로벌 항암제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국내 제약사와 연구기관 등에서 개발한 신약후보물질 수출이 많지만 대부분 전임상 이전 단계에서 해외로 이전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창출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망한 항암후보물질을 선별해 전임상, 제1상, 제2상 임상시험을 지원,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B&D(bridging & development)사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신약개발의 문제점으로 물질발굴자, 임상연구자, 제약업체 등 개발주체에 따라 다양한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질발굴자 입장에서는 ▲항암시장 동향, 특허 등 권리확보방법 등에 대한 지식/정보/경험이 부족 ▲전임상, 임상연구 등 후속개발을 위한 개발비 확보 어려움 ▲임상연구 수행방법론 및 정보부재로 독자개발 어려움이 있다는 것.
임상연구자 입장에서는 ▲국내 대학병원 등 임상시험기관들이 다국적제약사의 후기임상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 ▲국내 신약후보물질의 임상진입 부재로 초기임상시험 기회 결여가 있다.
제약업체에서는 ▲국내 제약사의 영세성으로 위험도 높은 글로벌 항암신약개발회피 ▲개량신약 및 바이오시밀러중심의 개발을 주력한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주도의 개발지원을 통한 신약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항암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의 2009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소분자 후보물질 15건, 바이오 항암치료제 후보물질 23건, 천연물 후보물질 3건 등 총 41건의 항암신약 후보물질이 발견됐고, 국내 총 18개의 전임상 시험기관이 운영 중이다.
국내 임상연구 수준은 서울이 아시아 1위 임상시험 진행 도시로 손꼽힐 만큼 높은 수준으로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 원장은 B&D 사업 10년간 1조 492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 10건의 기술 이전, 이 중 5건의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사업 출범 후 9년 차에 최초 순이익이 발생하며 11년 차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한국화학연구원 유성은 연구위원은 ‘항암제 개발의 기술적 접근’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과학기술은 아이디어만 있다고 그냥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돈, 기술, 행운, 끈기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끈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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