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현안, 악재 만난 국내 제약사는 폭풍전야
최근 국내제약사가 우려하던 각종 현안과 악재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이후 업계에 닥칠 후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곧 시작될 한미자유무역협정(FTA)협상, 치료효과가 높은 약에만 건강보험에서 약값을 주는 선별목록제(포지티브 리스트제도)도입, 카피 약에 대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기관의 시험자료 허위 조작여부 조사 등 만만찮은 현안과 악재가 업계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협상에서 미국이 신약특허권 보호 강화를 요구로 국내제약계의 주 수입원인 ‘카피약'(특허권이 만료된 의약품을 복제해 만든 약)의 제조에 제동을 걸게 될 것이고 복제약에 대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조작은 정부가 허가 취소를 강행할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게다가 건강보험에 도입될 선별목록제(포지티브리스트제도)로 복제품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정부가 추진하는 GMP시설의 확충과 개선은 자금력이 약한 국내제약사의 제약시장 진출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이에 대책이 없는 중소제약사로선 줄 도산을 우려하는 눈치다.
O 한미 FTA 불똥…카피 약 생산도 제동
한미자유무역협정(FTA)협상을 앞둔 국내제약사들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제약계에선 한미자유무역협정(FTA)협상에서 미국이 신약특허권 보호 강화를 요구, 한국제약사의 카피약 제조에 제동을 걸 것이란 얘기가 이미 파다하다.
국내제약계가 앞 다퉈 FTA에서 미국이 요구할 자료 독점권과 특허기간 연장협상에 활용할 인맥을 인선해 대책팀을 구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료 독점권은 신약 판매허가를 받기 위해 보건당국에 제출한 자료를 일정기간 이용할 수 없도록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담고 있다.
FTA에서 한국은 미국이 강요하는 자료 독점권과 특허권과 특허기간 연장에 대한 양해를 이끌어 내기엔 미지수다.
앞서 미국은 다른 나라와 벌인 FTA협상에서 자료독점권을 5년까지 보장해 줄 것을 늘 요구해왔다.
미국의 요구대로 FTA협상이 타결되면 국내제약사의 카피약생산과 허가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특허기간 연장은 의약품 안전성 시험에 걸리는 시간을 특허기간에 포함시키자는 것.
국내제약사로선 그 만큼 카피약을 팔 수 있는 시기가 늦춰져 국내제약시장을 오리지널 약에게 내 줘야한다는 의미가 있다.
O‘효과' 떨어지는 약 75% 퇴출
앞으로 건강보험에서 약값을 지원받는 방식이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 리스트방식으로 바뀐다.
지금은 일부만 적용이 안 되는 네거티브리스트방식이어서 국내제약사가 제조한 대부분의 의약품이 보험목록에 올라 와 건강보험에서 약값을 받는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포지티브 리스트방식이 시행되면 치료효과가 높은 의약품만 건강보험에서 약값을 지원받는다.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은 제약사가 약의 효능을 입증하는 자료를 내면 평가를 거쳐 치료효과가 높은 의약품만 보험의약품목록에 올리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성분과 효능이 똑같은 의약품이 수십 개씩이나 보험의약품으로 등재돼 약제비 부담이 커져 건강보험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보험에서 지출되는 국내전체 의료비가운데 약제비의 비중은 25%를 넘는 반면 외국은 이 비중이 15%에 그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5월 초부터 포지티브 리스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고 거듭 밝혀 새로 허가 받는 신약부터 적용한 다음에 전체 의약품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한 부분이다.
이처럼 건강보험 적용방식이 포지티브 리스트로 바뀌면 현재 등재된 2만여 개의 보험의약품 중 5000개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 75%는 제약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에서 약값을 지원 받지 못하게 되면 카피약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중소제약사에겐 엄청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정부는 신약 경쟁력을 갖추라고 하지만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로선 꿈같은 얘기”라며 “살아남기 위해선 리베이트나 뒷거래에 매달릴 처지인데다 이에 대한 단속까지 뒤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o 카피약 시험자료 조작…국민과 업계에 충격
최근 드러난 생물학적동등성시험기관의 10개 카피약에 대한 시험조작은 국산의약품을 신뢰해온 국민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협상, 건강보험에 선별목록제 도입 등으로 뒤숭숭한 국내제약시장구도에서 위기에 몰린 국내제약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준 상태다.
현재 제약업계는 앞으로 추가정밀조사중인 33개 품목과 나머지 250개 품목에 대한 조사에 숨을 죽이고 지켜보자는 분위기지만 주 수입원인 카피약의 약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제약업계가 이번조사를 우려하는 것은 시험결과를 조작해 허가를 받은 카피약에겐 품목허가취소와 함께 의도적으로 시험자료를 조작한 시험기관에 대해선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허가당국이 강경하게 대처할 방침인데다 조사결과 이후 제약시장에서 퇴출이라는 냉혹한 댓가가 뒤따른다는 점을 꼽고 있다.
지난해 제약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비공개로 초등조사를 벌여 왔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태도를 바꿔 조사대상과 경과를 공개한 것은 먼저 부정부폐를 척결하고 우수 의약품의 선의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의약품시장의 자율경쟁구도 실현과 국제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안정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초등조사를 발표 할 당시 지난해 생동등성시험기관 11곳을 대상으로 시험자료조작여부를 착수했고 향후 필요에 따라 모든 생물학적동등성시험기관을 조사대상으로 확대, 정밀조사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동성시험이란 최초로 허가 받은 의약품과 복제허가를 받고자 하는 의약품간의 인체 내에서 약효가 동일함을 입증하는 일종의 임상시험을 뜻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이번조사가 확대된 계기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시험기관의 전반적인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지도점검을 실시하던 중 한 시험기관의 시험자료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비롯됐다.
O 업계, 우연치곤 너무 계산적…반발기미
업계에선 “한미자유무역협정(FTA)협상, 건강보험에 선별목록제 도입, 생물학적동등성기관의 카피약에 대한 시험자료조작사건 돌출, GMP시설확충 등 연이어 현안이 봇물 터진 것은 우연치고 계산적”이라며 국내제약계의 탄압이라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
그나마 외국제약사로부터 무차별 공세에 맞서 지켜온 국내제약시장에서 퇴출을 강요하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모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자금과 인력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국내제약사에 다국적제약사와 동등한 국제경쟁력을 갖추라는 요구는 꿈같은 얘기라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중소제약사의 고민을 정부도 알고 있는 듯하다는 이관계자는 “사회분위기가 이민을 떠나는 사람을 미워하는 데 왜 떠나야 했는지를 알고 비판하는 게 순서가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7 15: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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