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장기이식의 의학적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법적제도 미비로 다양한 문제점이 임상현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이식학회(이사장 한덕종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는 9일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장기기증자 역대최고…장기이식활성화 막는 3가지 문제점
지난 한 해 동안 뇌사판정을 받고 장기를 기증한 사람들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5일 현재 장기를 기증한 뇌사자는 256명으로 2007년보다 108명 증가했다. 이 기증자들로부터 이식된 장기 숫자는 신장 481개, 간장 233개, 심장 84개, 췌장 22개, 폐 14개, 소장 0개 등이었다.
문제는 신장과 간장 이외의 장기사용률은 저조하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의학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장기조건 ▲수혜대기자에 대한 홍보부족으로 적절한 수혜자를 찾지 못한 점 ▲KONOS(국립장기 이식관리센터)가 장기기증자 및 수혜자 규정적용에 문구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 등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 중 의학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장기조건이 되는 이유는 시간지체와 각 장기별 선택요건이 다르고 일부 장기는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지체의 경우 시스템상의 결함으로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요자가 발생하면 장기들을 바로 줄 수 있는 시스템의 재정비가 절실하다.
또 KONOS의 경우 경직된 문구에만 매달리고 있어 사용하지 못하는 장기들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상황에 따라 전문심의위원들이 해당되는 부분에 대해 탄력적으로 수혜자를 선택하고 있어 이런 문제들은 해결되고 있다.
대한이식학회 한덕종 이사장은 “뇌사자장기기증자가 증가하는 만큼 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식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탄력적 운영, 시스템의 재정비를 통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삶의 새 희망을 줘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식확률 감소 중
2000년 2월9일부터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하 장기법) 에 따라 신장이식 대기자는 매년 1,500～2,000명의 대기자가 새로 등록한 반면 신장이식이 가능했던 뇌사자 발생건수는 2002년도에 35건까지 떨어져 이식확률은 1.2%에 불과했다.
2002년 이후 뇌사자수가 다소 증가했지만 대기자중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비율은 최고 2.2%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까지도 년간 이식건수가 30건이 넘지 않는 췌장, 심장 및 폐장은 장기이식 대기자 증가폭이 미미하며, 매년 대기자 중 5% 이상이 지속적으로 이식받고 있다. 결국 KONOS의 현 시스템 하에서는 급격한 이식대기자 증가로 인해 대기자 중 이식확률은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
◆뇌사자 발굴 인센티브의 형평성 문제
또 다른 문제는 인센티브제로 인한 공평성과 윤리적 문제. 우리나라는 장기이식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07년 9월 개정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적용 후 한 명의 뇌사자로부터 얻은 두 개의 신장을 장기기증자 발굴병원에 하나, HOPO에 하나를 주는 것으로 공평해 보인다.
그러나 이를 실행함에 있어서 인센티브의 진정한 의미를 놓치고 규정적용에만 급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장기이식활성화의 의도에 전적으로 배치된다.
즉 당뇨병성 말기신부전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신-췌장동시이식대기자의 이식대기시간이 늘어나는 상대적 불이익과 함께 폐기되는 췌장들이 늘어나는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일부의 대기자라 하더라도 법과 제도로 인해 귀한 생명을 잃거나 이식의 적절한 시기를 놓친다면 말기장기부전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제정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고유의 취지를 이미 상실한 것이다.
따라서 장기분배를 의학적 원칙에 맞춰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인센티브제도 시행을 통해 장기이식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법일 뿐이고, 결국 뇌사자에서의 장기기증 활성화로 인센티브 제도를 필요없게 만드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장기이식 인센티브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윤리적 문제로 세계적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고 때문에 개선이 필수적이다.
◆공정성과 유용성 논란 부분
분배순위를 매기는데도 공정성과 유용성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의 기준에서 대기시간이 긴 환자와 간질환의 중증도가 심한 환자 중 누구에게 우선 배분해주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라는 것은 어려운 선택의 문제다. 투명성에서도 주관적 요소가 배제되고 객관적 사실로 중증도가 판단돼야한다. 이런 맥락에서 CTP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MELD는 어떤 것이 더 객관적인지에 대한 것은 판단이 필요하고 국내 상황에 맞춘 기준이 필요하다.
▲대기 중 사망확률이 높은 환자 ▲간질환의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더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유용성 측면에서 볼 때 대기시간이 긴 환자에게 우선 배분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뇌사자 공여간의 배분은 공정성과 유용성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사회적인 관점과 개인적인 관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수다. 즉 사회적 시각으로는 중환자 우선원칙이 합당하겠지만 전제조건으로 중증도를 구분하는 방법이 공정해야 한다.
개인별로는 대기시간이 길고 적절한 중증도를 지닌 경우가 분배원칙의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간이식대상자 선별에 있어서 간이식을 받지 않았을 경우 1년 사망률이 이를 상회하는 환자만 이식대상자로 선정해 너무 이른 간이식에 대한 유용성 소실을 막고 있다.
결국 모든 장기이식에 해당되는 장기수혜자 우선순위 규정은 장기별 이식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견해가 수시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요구되며 실제로 KONOS내 장기별 소위원회의 적극적 활동이 요구된다.
◆뇌사자 장기기증 증가노력 중요
뇌사자 장기기증도 증가시켜야 한다. 이를 증가시키기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조건은 범국민적인 인식전환이다. 이와 함께 잠재뇌사자에 대해 치료 의사가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신고의무제’ ‘의무요청제’ 등의 도입과 전문적으로 잠재뇌사자를 발굴하고 장기를 구득하는 장기구득기관 설립도 필요하다.
또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각 이식의료기관, 이식학회 차원에서 사회적 분위기와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홍보 및 교육을 꾸준히 펼쳐나가야 한다.
더불어 고령 등 상대적 위험도가 있는 잠재 뇌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굴, 관리하여 장기의 활용도를 높이는 시도가 필요하다.
외국은 생체 대 뇌사자 장기기증 비율이 약 2 : 8 정도임에도 장기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심정지자의 장기기증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회적분위기형성과 기술적인 숙련도를 높여 잠재뇌사자 발굴을 유도하는 노력 외에도 심정지자의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고해 볼 수 있는 방안이다.
대한이식학회 한덕종 이사장은 “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령과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장기이식법의 근본취지가 무엇인지 항상 숙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뇌사자 장기기증자 가족, 장기이식 수혜자, 장기이식을 수행하는 의료인에게 가장 편하고 적절하며, 그들을 위한 법과 적용이 시행될 때 국내 장기이식의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다”고 밝혔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4: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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