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위기 해결 위한 정책지원 방향(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업지원 본부 이신호 본부장)
중소병원이란?
이론적으로 볼 때 중소병원은 2차의료기관으로서 1차의료기관인 의원과 3차의료기관인 종합전문요양기관간의 허리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정의될 수 있다.
한편 중소기업기본법에 의하면 종업원이 200명 미만이거나 연간 매출액이 200억원 미만인 병원을 중소병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종업원 200인 미만을 기준으로 할 때 250병상미만의 의료기관이, 그리고 매출액 200억원미만을 적용할 경우 300병상미만의 의료기관이 대체로 속하게 된다.
따라서 중소병원은 통상적으로 300병상 미만의 병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중소병원의 공급현황
앞서 정의된 것처럼 중소병원을 300병상미만의 병원으로 규정할 경우 현재 300병상미만의 병원은 총 1,744개로써 전체 병원수의 87.6%(2006년 말 현재, 대한병원협회 전국병원명부, 2008)를 점하며 병상수는 201,477병상으로 전체 병상수의 59.2%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300병상이상의 병원 역시 실제 병상의 구성을 살펴보면 다수가 장기요양병상 및 정신병상 등 일반 급성병상이 아닌 병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포함할 경우 300병상이상의 종합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을 중소병원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우리나라 중소병원의 점유비율은 병원수로는 약 92.5%, 병상수로는 72.4%에 달하여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1 참조).
중소병원을 300병상미만의 병원으로 한정하여 볼 때 이 중 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병원수 기준으로 9.2%, 병상수 기준으로 16.8%에 불과하여 종합병원이 아닌 중소병원 즉 300병상미만의 일반병원(다수가 100병상 미만의 병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소병원의 경영현황 지난 14년간의 의료기관의 성장률을 300병상이상 종합병원, 300병상미만의 종합병원 그리고 병원으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중소병원(30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 및 병원)들은 300병상이상의 종합병원에 비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중소병원간에서는 300병상미만 종합병원들의 의료이익률 증가율이 병원급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병원급은 타 병원군에 비해 의료수익 증가율, 외래수익 증가율 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의료이익율 증가율은 가장 높게 나타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표 2).
의료이익율 증가율을 년도별로 300병상미만의 종합병원군과 병원군으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300병상미만의 종합병원군은 해마다 적자이거나 또는 100병상당 1억 미만의 소규모 흑자를 나타내는 반면 병원군은 약 2억이상의 흑자를 나타내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병원규모별 백병상당 주요 진료실적을 살펴보면 병상규모가 작을수록 입원 및 외래환자수가 작으며 1일당 진료비 및 병상이용률도 떨어지지만 평균재원일수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300병상미만의 종합병원과 병원을 비교해 볼 경우 병원급이 입원 1회당 진료비 및 외래환자수가 300병상미만의 종합병원에 비해 높음을 알 수 있다.
병원급이 입원 1일당 진료비가 종합병원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입원 1회당 진료비가 높은 이유는 입원 1회당 재원일수가 종합병원에 비해 높은 결과에 연유되는 것으로 유추된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료이익율이 300병상 미만의 종합병원에 비해 높은 원인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러한 현상도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자료로 볼 때 우리나라 중소병원이 당면하는 문제점은 전체적인 경향성으로는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300병상미만의 종합병원과 병원은 서로 상이한 문제점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평균 재원일수가 20일이 넘는 현상 등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한 정상적인 병원운영이 한계에 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소병원 위기의 원인은?
중소병원이 이러한 어려움에 처한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외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첫째, 질병패턴의 변화에 따른 급성기 환자의 증가 둔화 및 외상환자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중소병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병상공급과잉에 다른 경쟁의 심화문제다.
2007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전국병상수습분석에 따르면 급성병상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25,000병상이 과잉 공급되어 있으며. 이는 현재 중소병원 총 병상수의 약 12.5%에 달한다.
둘째, 환자들의 의식변화와 소비패턴의 변화로서 상대적으로 시설과 장비가 우수한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최근 10여년 사이에 더욱 심화되었고, 경미한 질병의 경우에도 대형병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병사이용률의 차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셋째, 현대의학의 기술집약성 및 자본집중화에 기인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고가장비에의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투자규모의 확대는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병원들의 서비스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중소병원은 우수인력 확보에 근본적인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의료진은 물론이고 간호인력, 행정인력 등 모든 분야에서 대형병원에 비해 열세를 보이므로 전문화 등 특별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않는 한 경쟁력 악화의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한편, 내적 측면에서의 문제점으로서 첫째, 중소병원의 경우 규모확장에 의한 수익창출 경영방식이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점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병원은 의료수요의 급격한 팽창과 통제된 수가체계 하의 비경쟁적 환경 속에서 외형확대 위주의 경영에 치중하여 왔으며 그 결과 수익성보다는 의료서비스의 양적 확대를 통한 수익 창출을 추구하여 왔다.
하지만 최근 병원경영분석 자료의 외래환자수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알 수 있듯 이러한 경영방식은 한계에 도달하였으며 몇몇 초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수익중심경영 또는 가치경영으로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에는 중소병원 역시 규모확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여 왔지만, 자본투자의 대형화 필요성으로 인해 사실상 경쟁력을 갖추는 투자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제도적인 한계로 인해 인수합병이나 합종연횡 등을 통한 규모 확대가 힘들 뿐 아니라 외부에서 자본유입을 통한 대형병원으로의 변신도 중소병원이 갖는 열악한 경쟁력으로 인해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 투명성과 공개성의 한계이다. 우리나라 중소병원의 대다수는 개인의원에서부터 성장하였으며 따라서 의료법인이라 할지라도 개인 소유구조의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그간 공개성과 투명성의 취약성이 많이 지적되었으며 그 결과 중소병원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된 제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前근대적인 조직문화와 인적자원의 한계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기업경영방식의 도입 등 빠른 속도로 합리성과 효율성 위주의 조직문화로 변화하고 있지만 중소병원은 의료인들 간의 협력과 조직분화도가 높지 못하고 경영진도 많은 경우 일차적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환경변화에 따른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며 새로운 경영방식의 도입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대형병원에 비해 병원경영능력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중소병원 위한 정책지원방향
현재 중소병원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중소병원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된다면 이는 국민의 입장에서도 그리고 상대적인 경쟁기관인 대형병원이나 의원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국민들은 경미한 질환의 경우에도 대형병원을 찾아야 할 것이며 대형병원들은 다수의 경증환자들의 집중으로 인한 자원활용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의원 역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추구하는 환자들의 욕구를 현재의 역량으로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며 그렇다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설투자를 하기에는 앞서 중소병원들의 쇠퇴과정을 익히 보아온 탓에 주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입장에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의 악화와 아울러 의료비의 증가를 통제하는 데 몹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작지만 경쟁력이 있는 병원, 작지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쾌적한 병원을 갖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정책방향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소병원의 기능 분화 및 이에 따른 투입자원의 조정이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중소병원별로 수익성 및 지역수요에 기초한 기능 및 역할의 조정 즉 중소병원들이 지역여건에 맞게 지역병원화(Community Hospital), 전문병원화, 거점병원화 또는 요양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방형 병원체계를 활성화하고 중소병원 간 chain화 또는 networking의 강화가 가능하도록 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일례로 미국의 복수병원(Multi-Hospital)체제는 공동구매사업(의료장비, 소모품, 부식, 약품 등), 인력관리사업(재무, 전산, 경영, 기획, 교육 등 전문분야 총괄 지원), 전산화 사업(공동정보처리, 심사 등 프로그램 공동개발, 운영), 의사인력 공동 관리(인재관리, 임상연구 시행 등), 경영자문 및 계약경영, 첨단의료장비 공동사용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병원 역시 건강보험수가 수준만을 탓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병원 간 역할 조정 및 연계의 극대화를 통한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수용하고 이를 위한 방안 모색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소병원들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의 질 및 적합한 경영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평가의 대상범위를 확대하여야 하며 평가결과에 따른 취약분야를 보완할 수 있도록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병원들이 적정한 진료 및 경영수준을 갖추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적정 질을 갖춘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간의 차등수가제 도입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
셋째, 의료기관 평가등을 통해 중소병원들이 적정 수준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보장함과 동시에 중소병원만이 가질 수 있는 친밀성, 접근의 용이성,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확보 용이성 등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병원이 적정 질을 갖추는 시점에 즈음하여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의 환자의뢰시 지역내 중소병원의 역할을 강화시키고 이를 위반하는 환자에 대한 보험급여상의 페널티를 확대하는 정책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지역내 의료자원의 공급의 과잉현상이 더욱 심화되지 않도록 병상공급 관련 규제를 빠른 시일내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대형병원들의 무분별한 병상증설은 단기적으로 대형병원에 대한 수요해소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중소병원의 경쟁력 악화에 따른 병상자원의 특정 장소로의 집중과 이에 따른 의료이용 접근성 악화 및 의료비의 급격한 앙등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지역별 전체 병상수요에 따른 병상자원의 공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기존 병상자원의 수준 제고가 병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병상자원의 적정 공급이 이루어지면 현재와 같은 중소병원의 의료인력 확보 어려움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으므로 병상자원의 공급이 의료인력의 적정 배치를 유도하는 주요한 기전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중소병원들 스스로 개별적인 이해득실 여부에 불문하고 중소병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정책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으며 자발적인 기능조정 및 국민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병원협회의 활동을 강화하여 중소병원간 공동사업 활성화, 중소병원육성지원단 운영, 중소병원육성 필요성의 정치적 아젠다화, 중소병원육성지원기금 조성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4 17: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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