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산업 선진화의 최우선 과제가 중소병원 활성화에 있다.
중소병원이 제 역할을 맞을수 있도록 육성되어야 우리나라 의료가 바로 선다고 봐야한다. 중소병원은 의료체계에서 허리에 속한다. 우리나라 병원급 전체 가동 병상수의 50%를 차지하는 중소병원이 제역할을 해야 의료체계가 바로선다는 뜻이다. 경중환자가 3차의료기관으로 몰리는 잘못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 의원급 진료 후에 반드시 지역거점 중소병원의 진료를 거쳐 대형병원으로 이동되도록 하는 체계를 잡아주어야 한다. 중소병원은 응급진료와 경증의 급성기 입원진료, 대형병원은 중증의 급성기 진료와 특수진료, 연구에 매진하는 역할을 분담해야 국가적인 면에서 의료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 열어지게 된다. |
역할분담이 곧 의료경쟁력
중소병원은 응급·경증 대형병원은 중증·특수진료와 연구에 매진
중소병원의 위기와 대응방안=대한병원협회정책위원장 이 송 서울성심병원원장(사진)
우리나라 중소병원의 위기는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걱정해왔지만 아직 뾰족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고 제도적 혹은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르지를 못하여 지금껏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중소병원은 존립기반이 취약하여 의원급 의료기관과 대형 병원사이에서 방황하는 부랑아적 존재로 전락하였으며 그동안 여러 가지 방향으로 기능 전환을 모색하고 몸부림쳐봤지만 정책 당국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의료소비자인 국민과 점점 멀어져가는 안타까운 실정에 놓여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원인을 찾아볼 수 있겠다.
첫째로 중소병원은 제도적으로 존립근거가 없다.
의료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법에 단계적 진료를 근거한 아무런 조건이 주어져 있지 않다.
즉 의원급 1차진료 후 다분히 형식적인 진료의뢰서 한 장으로 곧바로 대형 3차 진료기관으로 환자가 이동해 갈 수 있으므로 굳이 중간단계인 중소병원을 거처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결과 대다수의 환자들의 진료형태가 이원화되어 의원과 5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을 오가게되므로 동네에 위치한 소규모 중소병원은 존립 근거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그나마 몇몇 중소병원이 지리적 교통적인 이유로 지역거점 병원으로 자리를 찾는 듯 했으나 최근 여러 가지 이동수단과 도로사정이 좋아지고 큼직큼직한 대학 병원들이 분원을 개설하면서 그 자리 마저 빼앗겨버린 것이다. 즉 제도적으로 자리를 잃고 지리적으로 위치를 상실한 상태라고 봐야한다.
둘째로 중소병원은 인적자원이 고갈되어 있다.
고급 진료인력이 계속 머무를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진료전문의, 간호사, 의료기사 등 진료와 직접 연관된 의료인력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잠시 머물다가 떠나기 때문에 이직율이 높다.
이것이 중소병원의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 요인 중의 하나다. 더욱이 진료전문의의 잦은 교체는 그나마 고여 있던 환자마저 의사와 함께 떠나가게 되는 이중적 고통을 병원에 남기게 된다.
이런 현상은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의약분업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그 당시 많은 중소병원의 의사들이 의원급으로 개원해 나감으로서 대다수 중소병원이 의사와 환자를 동시에 잃어버리는 이중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대형병원들이 신증축을 거듭하여 중소병원에 그나마 남아있던 고급 의료인력을 흡수해가고 있다. 그러므로 인력면에서 상하 양방향에서 견제당하고 빨려나가는 곤혹을 겪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세번째로 우리나라 중소병원은 재정적으로 극히 취약하다. 즉, 재투자 할 여건이 되지 못하여 시설면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날마다 신의료기술과 새로운 의료장비가 개발되고 있으나 이에 부응하여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낙후되어가고 있으므로 의료서비스면에서도 투자 여력을 잃어 가고 있다.
소규모이니까 경영합리화면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위별수가제도, 실구입가제도하에서는 경영을 통한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길이 막혀있다고 봐야한다.
의료수가면에서도 종별가산율이 정확히 반영되어 있지 않았고 중소병원은 입원료와 관련 수익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입원료가 원가대비 70%밖에 이르지 못하므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실제로 대형병원은 의료 외적 수익이 상당히 높은 반면 중소병원은 오직 의료수익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음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밖에 중소병원을 어렵게 하는 많은 근거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선호도나 신뢰도가 대형병원과 비교가 안되는 현실에서 1000병상 이상의 첨단 의료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대형 병원과 무한 경쟁을 벌어야 하는 여건이 우리나라 중소병원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 요인이 된다고 보아야한다.
우리나라 중소병원은 사실상 분명한 존립 근거가 있다. 의원급 소규모 개원의와 종합전문 요양기관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이 있고 지방이나 농어촌 지역에서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거점 병원이 필요하고 중소병원이 활성되어야 의료의 과소비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도 건실화 된다는 중요 책무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어떻게하든지 이 어려운 모든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대응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고 지원해야하고 발전적 모델을 제공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산업 선진화의 최우선 과제가 중소병원 활성화에 있다고 봐야한다. 중소병원이 제 역할을 맞을수 있도록 육성되어야 우리나라 의료가 바로 선다고 봐야한다.
중소병원은 의료체계면에서 허리에 해당된다. 우리나라 병원급 전체 가동 병상수의 50%를 차지하는 허리가 든든해야 몸이 바로 선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자리매김을 해 주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서 의원급 진료후에 반드시 지역거점 중소병원의 진료를 거쳐 대형병원으로 이동되도록 하는 체계를 잡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중소병원은 응급진료와 경증의 급성기 입원진료를 전무하고 대형병원은 중증의 급성기 진료 및 특수진료와 연구에 매진하여 역할을 분담함으로 국가적인 면에서 의료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 열어지게 된다.
지금처럼 대형병원이 중소병원에서도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는 경증 질환에 매달려 시간과 인적자원이 소모된다면 개방화시대를 맞은 우리나라 대형병원은 영원히 국제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정부가 대형병원의 무차별 신증설을 견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현재 병상수급 정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대형병원들의 집중적인 병상 신증설로 인하여 급성기 병상이 약 20%정도 공급과잉(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02년자료)되고 이로 인한 대규모 의료인력 수요 폭증은 중소병원의 설 자리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대형병원들의 규모적 경쟁은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게 되고 엄청난 빅뱅 현상을 불러와서 의료 파산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미리 병상공급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중소병원도 살고 대형병원도 살게된다.
오늘날 의료는 국경선이 무너지고 국제간의 의료선진화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중소병원도 재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유동자산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출자개방형 법인 혹은 의무의료법인과 같은 형태의 새로운 경영 모델을 개발해서 중소병원으로 자산 투자가 증대되어 의료기기와 시설을 선진화시킬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의료서비스가 증대되고 병상 규모 전쟁에서 벗어나 의료의 질적인 선의의 경쟁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
중소병원도 비록 규모는 작지만 전문화되고 질적으로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하게 되어 환자의 신뢰도와 선호도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런 바탕위에 개방형 병원제도를 뿌리내린다면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고급의료인력의 최종소모처인 의원급 진료도 활성화 되고 국가전체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다.
이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속히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21세기 의료선진화 개방화 시대를 맞이하여 관련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을 정비하여 죽어가는 중소병원을 살리고 국가 전체 의료공급체계를 새로운 발전적 형태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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